별무리마을에 비가 내린다.

별무리샘 | 2012.08.24 09:29 | 조회 2986

8월말

늦으막하게 긴 비가 시작되었다.

산자락 모퉁이에 자리잡은 별무리마을은 비 온 뒤 풍경이 일품이다.

앞 산 필봉에 걸친 흰색 구름이 자욱히 올라가고

골짝 여기 저기에서 모인 물들은 마을 한 복판을 질러 큰 개울을 만든다.

한 여름의 후끈함을 벌써 잊은듯 난 긴 소매 옷을 챙겨 입었다.

 

집 주변을 둘러 보며 긴 비에 조금 주저앉은 축대를 조린 마음으로 바라보다

 '다 주저앉으면 다시 쌓지 뭐!' 하며 돌아섰다.

 

그리고 학교에 왔다.

 

학교가 조용하다.

아무도 없다.

교육연구실 창문을 여니 그나마 빗소리에 내가 혼자임이 어색하지 않았다.

방학의 끝을 폭풍회의로 장식하고 나가 떨어져 계실 선생님들을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짠하다.

 

하지만 곧!

아이들이 온다. 이곳이 다시 숨을 쉬며, 터져나갈 것 같은 긴장감으로 가득할 것이다.

지난 번 캠프 때 아이들 얼굴을 잠시 보긴했지만

새 학기를 맞이해 시집보낸 딸래미 만나듯 부등켜 안고 그간 어머니 정성 담긴 집 밥 먹으며

볼그래 살이 오른 모습을 자세히 살필 것이다.

 

'얼마나 자랐을까?'

 

하나님이 허락하실 한 학기를 또 맞이한다.

살아있음이 감사고,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음이 감사하다!

 

긴 비 만큼

긴 기대감으로 하루를 연다.

 

별무리마을에 비가 내린다.

내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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