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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차매 - 이풍우(별무리교회)

hanbae74 | 2011.10.06 19:33 | 조회 8215

 

 

때가 차매

 

 

 

이풍우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갈 4:4)

 

온 세상이 죄악의 결과로 진리를 모른 채 사망의 그늘 속에 소망 없는 삶을 지내고 있을 때, 세상을 강렬하고도 끊임없이 사랑하신 하나님은 수 천 년을 기다리신 후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셨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하나님의 존귀하신 뜻이 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여자에게서 태어나게 하심으로 비로소 우리가 암흑에서 광명을, 절망에서 소망을, 사망에서 생명을 얻게 되었으니 이 은혜와 사랑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별무리학교가 새롭게 세워짐은 오늘 학교를 세우는 일에 헌신한 몇몇 분들의 노고에 힘입은 바 크지만, 오늘이 있기 전 하나님의 크신 경륜과 섭리가 있었음과 거슬러 올라가 이미 수십여 년 전 하나님께서 당신의 꿈을 심으셨음을 우린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내 기억하기로는 1980년 1월이었다. 재학생과 동문이 함께 참여했던 제 12차 겨울수련회였다. 지금은 광활한 서울대공원이 들어서 있지만, 당시 그곳은 시골 냄새 물씬 풍기는 과천의 어느 산자락 밑 동네이었다. 논둑길을 한참 동안 가로질러 동네에 다다랐고, 동네 안길을 돌고 돌아 ‘영보수녀원’이 있었다. 그리 넓지 않았던 고즈넉한 그곳에서 약 20~30여명 남짓한 참가자들은 4박 5일의 영적 담금질 시간을 가졌다. 당시 경기도 안성에서 목회하시던 구수하고 인자하신 목사님을 강사로 모신 가운데 바깥의 추운 겨울 날씨와는 아랑곳없이 참가자 모두는 가족 같이 따스한 행복한 수련회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수련회 기간 중 어느 날 낮이었다. 수녀원을 품고 있었던 제법 좋은 산세를 오르는 산행이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큰 저수지 주변을 산책하는 여유도 없었던 것일까? 점심 식사 후 모든 분이 함께 모여 공동체의 미래를 전망하는 대토론회가 열렸다. 연약하고 부족한 공동체의 모습을 짚어봄으로 부끄러움 속에 새 각오를 다졌고, 현장의 열악함을 헤치며 아이들에게 참 사랑을 베풀었다는 순수하고 열정어린 스승열전 속에서 우린 서로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장시간의 진지한 이런저런 대화 속에 어느 선배님 입에서 ‘별무리타운’이란 신조어가 튀어 나왔다. 순간 모두의 시선과 관심이 이 단어에 쏠렸다. 미래의 어딘가에 마을과 학교와 교회가 함께 세워질 수 있음이 제시되었다. 대학 졸업을 막 앞두고 있었던 나에게뿐만 아니라, 이미 교직에 계셨던 선배님들께 이 말 자체와 이 말이 주는 이미지는 신선하고 산뜻하며 획기적이었다. 회상하건대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먼 곳에 있는 유토피아(utopia)로 인식되는 분위기였다. 참 좋으나 손으로 잡기엔 불가능에 가깝도록 어려운, 무지갯빛보다 아름다우나 우리의 손으로는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그래서 더욱 아쉬운 이상향(理想鄕)이었다.

 

진정 아쉬웠던 것은 그것을 하나님의 꿈으로 볼 수 있었던 믿음의 눈을 가진 자가 당시 참석자 중에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평소 주께서 바람결에 스치듯 말씀하셔도 선명한 음성으로 듣고, 기억하고, 순종할 수 있는 예민함과 믿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그러하지 못할 때 우리는 치명적인 결과를 감수해야 하며, 그 공동체는 하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을 때까지 다시 기약 없는 연단과 고난을 감수해야 한다. 누구를 탓하랴. 바람결에 스치듯이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사람들을 통해 장시간을 거쳐 선명히 말씀하시면서 짚어주셨건만, 어느 누구도 수십 년간 그 해 그 수련회 때 언급되었던 별무리타운의 실현을 구체화 시키자는 시도나 재언급은 일체 없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나 2000년대가 되었다. 사회와 세계는 격변의 급물살을 타고 흘렀다. 한 해가 몰라보게 달라지는 세상의 변화 가운데, 20년이 흐른 후 우리의 모습 또한 예전의 우리가 아니었다. 세상 풍조는 나날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는 진리. 그 진리의 중심에 계신 만유의 주재되신 여호와 하나님. 땅속에 심겨진 씨앗이 20년이 지난다면 형체도 없을 터인데, 하나님은 20년 전에 우리들 마음에 심으셨던 씨앗을 다시 꺼내셨다. 여전히 영롱히 아름답게 빛나는 꿈! 그 광휘는 더욱 눈부셨고 찬란하였다.

 

하나님의 인자와 진리가 무너진 참혹한 세상. 인간중심, 물량중심 교육으로 인해 곳곳에서 탄식과 고통의 신음이 들려왔다. 하나님의 교사를 자임하던 소명 받은 스승들은 주께서 보이시는 꿈을 다시 보기 시작했고, 20년 전의 아련한 꿈을 더듬어 확인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이 꿈이 바로 당신과 당신의 나라를 위해 우리가 달려갈 길임을 깨닫게 되었다. 만약 우리 생애에 열매를 거두길 원하신다면 그 소망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었으며, 특별히 부름 받아 나선 자들은 마음과 뜻을 모아 자신을 드리게 되었다. 10여 년간 그 꿈을 구체화하였으며, 가로막고 있던 모든 장애물을 기도와 협력으로 하나하나 제거하였다. 이는 실로 꿈의 발견만큼이나 어려운 작업이었다.

 

지난 7월 23일, 마침내 주님은 금년 말에 완공될 별무리센터-학교-교회의 터 위에서 역사적인 기공 예배를 드리게 하셨다. 30년 전에 꿈을 허락하시고, 20여년의 연단을 거쳐 10여 년 전의 재발견과 준비의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이 우리 각자와 공동체의 주관자이심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온 인류를 구원하심과 같이 때가 차매 우리를 교사로 부르시고, 교육 현장에서 담대히 천국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고, 우리의 연약한 손과 가슴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를 베풀게 하신 하나님! 하나님의 은혜로운 섭리에 오직 감사와 찬양을 드리며 우리의 남은 인생을 통해 주께서 받으실 아름다운 순종과 헌신을 드릴 뿐이다. “오, 생명의 주 하나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이풍우 / 사랑과 열정으로 오랫동안 교사선교회 대표로 섬겼다. 인천에서 22년간 초등학교 현장에서 교사로서 가르치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신학을 공부했다. 현재 금산 별무리교회 담임 목사로 마을 주민들을 섬기고 있으며 아내 염월아 사이에 선영, 주예 두 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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