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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대안학교 별무리 이야기2(흙 속에 묻힌 진주를 찾다!)

관리자 | 2013.12.21 09:27 | 조회 4930

     
난 별무리학교에서 영재학급 과학을 가르친다. 하지만, 초기 공립학교 교사시절부터 영재들을 위한 교육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공립학교 교사로서 일반적인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배웠고, 굳이 ‘아이들을 선별하여 소위 머리 좋은 아이들만을 위해 새로운 교육과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내 생각이 바뀐 건 수학분야의 탁월한 영재교육 전문가인 최 선생을 만나고 부터였다. 2005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직원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버스 안에서 최 선생은 내 옆 자리를 찾아왔다. 그리고 자신이 영재교육원에서 가르치고 있는 수학 프로그램을 소개하였다. 도형에 관한 얘기였는데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는 그 수업에 심취해 있었다. 난 그때 미생물학과 세포생물학에 빠져있던 터라 내 얘기를 들은 그는 머뭇거림 없이 내게 영재학급에서 과학을 가르쳐보라고 권유하였다.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가르치란 말인가?’ 이런 생각이 마음  속에 자리 잡았지만 연 이은 그의 권유를 마다할 수 없었다. 
     
그렇게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당시 일하던 초등학교의 영재학급에서의 첫 시간에 빛에 관한 수업을 했다. 빛과 색의 관계, 구조색과 색소색의 차이점 등 다소 버거운 부분이 있을 것을 걱정하며 준비한 수업이었는데 아이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에서,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수업과 관련된 책을 찾는 아이, 구체적인 실험을 구상하고 얘기하는 아이 등  학생들이 내 수업을 통째로 삼켜버리는 것 같았다. 난 이렇게 첫 시간부터 아이들과의 수업에 푹 빠져버렸다. 
     
     
그 해의 영재학급은 인근 지역의 세 개 학교가 함께 참가한 지역공동 영재학급이었는데, 옆 학교에서 자기 학교의 도서관 책을 모두 읽은 한 아이는 우리 학교 영재학급에 가면 도서관에 새로운 책이 있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고 왔었다. 그 아이는 책과 대화만하는 아이였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수업 시간에 늦는 것은 다반사고 조별로 동료들과 실험과정을 구상할 때는 매 번 다툼이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인지능력에 비해 너무도 차이가 나는 궁색한 의사소통 능력과 민감함 때문이었다. 사실 내가 영재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너무 민감했다. 그 민감함이 병들지 않고 정교함으로 이어지도록 돕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영재교육에 관한 기초연수, 심화연수, 해외연수 등, 영재교육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고, 영재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의 제작법에서부터 심리적 특성을 고려한 진로 지도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배웠다. 영재교육 대상자들을 판별하는 선발과정에서부터 가르치고 체험학습을 인솔하고 함께 여행을 갔다 오고 그렇게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난 공립학교를 떠나 비인가 대안학교에 왔다. 
     
이런 내가 별무리학교에서 영재교육을 하는 건 매우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대안 학교에 가면 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분명 있을 거라는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대안학교를 찾는 아이들은 정말 많은 사연을 갖고 우리 학교를 찾아왔다. 그리고 그 사연들은 그들을 아프게도 하고 자라게도 했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소위 ‘영재성’을 ‘평범함’이나 ‘무난함’과 바꾸느라 많이 지친 상태였지만 그런 아이들 속에도 아이가 가지고 있는 수학이나 과학 분야의 독특한 영재성을 보석처럼 간직하고 있었다. 난 그런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뛴다. 물론 현실에서 비춰지는 모습은 부적응아다! 산만하고 엉뚱하고 돌발적이고 지나치게 말이 많거나 지나치게 조용하다. 
     
그렇다. 사실 영재교육은 특별교육이라기 보다는 특수교육 분야에 속한다. 민감하기 때문에 쉽게 상처받고, 기대감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무너져 버리는 아이들에게는 인정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가장 탁월한 능력은 본인이 소홀하게 여기는 다른 것들과 함께 조화를 이룰 때 더 온전하다는 것을 알게 도와주어야 한다. 과학에만 관심 있는 아이들에게는 과학의 논리 속에 반드시 필요한 수학의 위치를 알도록 해야 하고, 모국어 이외의 외국어를 알게 될 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온 나라가 융합적인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시도는 영재교육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프로그램도 과학, 공학, 예술, 수학 등 다양한 분야(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and Math)의 요소들을 고루 포함시켜 구성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런 방향은 영재교육이라는 한 분야에서만 노력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학교 전체가 입체적으로 노력하고 교육과정 전체에 반영하여 아이들이 조화롭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창의적으로 도전하려는 의욕을 갖게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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