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자서전 프로젝트

관리자 | 2020.06.16 21:41 | 조회 558
재 아래 사래 긴 밭은
그녀의 일터요, 품이다.
애초에 그녀를 ‘주목’해야할 대상으로 바라본 건 교사도, 의식있는 지식인도 아니었다. 바로 아이들이었다.
“왜 위인들이나 업적이 있는 사람만 자서전을 써야하죠?”
라며 질문을 했던 그 아이들로 부터 이 일은 시작되었다.
우리 고장 읍내에서 가장 멀다하여 ‘수천리’라고 이름 지어진 그 마을에서 하루에 두 세 마디 다른 이들과 말을 섞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그녀는 다른 녀석들과 달리 같은 날 심기웠지만 유난히 풀이 죽은 고춧대를 싱싱한 놈으로 바꾸어 심으며 맘 속으로 ‘고춧대가 왜 이렇게 비실비실헌겨??’ 생각할 뿐 누구와 말을 할 필요를 못느낀다.
아이들이 처음 찾아갔을 때 그녀는 퉁명스러웠다. 별 말도 없었고, 하고싶어하지도 않았다. 아이들이 그녀를 위한 자서전을 쓰고싶다고 했을 때도 그냥 그러했었다.
한 번 만나고 두 번 만나며 아이들과 사이가 좀 가까워졌을 때 그녀는 자기의 얘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시집 온 얘기, 아이 키우던 얘기,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맘을 두고 가정을 소홀했던 일, 그런 남편이 자기 곁을 먼저 떠나고 혼자 남아 퍽퍽한 삶을 일구며 고생했던 일들을 털어 놓았다.
그 이야기를 아이들이 ‘이타적 자서전’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썼고 그 책을 드디어 오늘 전달했다.
저자들은 코시국에 올 수가 없어 후배들을 통해 전달했지만 그녀는 책 속에 저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이서’를 ‘지혜’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보고싶다 하셨다.
책을 받아든 그녀는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여러 번 훔쳤다.
오늘따라 물기 없는 콩밭이 더 건조해 보였다.
그녀는 이 시대를 살고있는 ‘위인’이고 ‘이타적인’이들에 의해 기록된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이 일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이 세상 누구든 역사적인, 기억되어야할 하나님의 귀한 아들과 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