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대안학교 별무리학교 이야기_아프리카 초원 여행기_ 박한배

관리자 | 2016.03.01 22:07 | 조회 3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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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무를 곳을 알고 난 뒤에야 일정한 방향이 있고, 일정한 방향이 있고 난 뒤에야 차분해질 수 있으며, 차분해진 뒤에야 평안해질 수 있고, 평안해진 뒤에야 사려할 수 있으며, 사려한 뒤에야 성취할 수 있다.”
- 『대학』 경1장 



   초원의 얼룩말처럼 달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사자에게 쫓기는 듯하다

   세렝게티 초원에서 사자에게 쫓기는 얼룩말은 오직 살기 위해 뛴다. 오직 뛰기에만 몰입(flow)한다. 죽음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일에 몰입한다. 별무리 교육과정도 약 2년 후면 죽음 앞에 직면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중 1과정부터 고 3과정까지 약 6년의 주기가 끝나면 첫 졸업생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겨진 교사들에게는 시간의 주름과 어떤 감정이 남을 것이다. 후회든 감사든 그것이 누군가를 위해 고통을 감수한 사랑이길 바란다. 

   자유는 좋은 고통이다. 별무리학교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인지 모른다. 별무리학교 교사들은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신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전체가 모여 난상토론을 벌인 것이 여러 달, 여러 날이다. 이제 그만 하고 싶을 정도로 이야기하고 때론 격론으로 감정이 상하기도 한다. ‘입시를 넘어선 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무엇이 우리 제자들에게 더 좋은 길인가?’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입시라는 바위는 우리를 계란으로 만든다. 시대는 사람을 참 무능하게 만들고 무참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원망하고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계란이지만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가 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바람에 몸을 누이는 풀이지만 풀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일이 고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다시 몸을 세운다. 새로운 도전은 늘 세찬 바람을 맞는다. 그 바람은 고도가 높은 곳에서 불어올수록 차고 거세다. 김수영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푸른 하늘을 나는 종달새의 자유가 마냥 부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한다.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난다는 것의 의미와 그 대가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 가고 있다. 밤을 새워야 하고 새벽에 납덩이의 몸을 일으켜야 한다. 나를 감싸던 그 껍질을, 그 안정을 과감히 부셔버리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우리의 마음은 잘 안다. 그 고통의 맛을 경험하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던 행복한 이들은 이 사실을 잘 안다. 
 
   조나단 리빙스턴.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먹이 잡는 일을 가르치는 교육의 관성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그 은빛 날개를 다시 가슴에 품는다. 밥벌이는 분명 거룩하고 신성하지만 교육이 밥벌이에 천착하면 얼마나 비천하고 협소해지는지 그리고 사회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지 우리는 잘 안다. 교육은 마음을 얻는 일이며, 영혼을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바보처럼 믿는다. 교육은 사랑이다. 새는 날아야 하고 학생은 배움의 기쁨을 느끼며 마음껏 배워야 한다. 그리고 움츠려진 영혼의 날개를 활짝 펴야 한다. 창공을 훨훨 날아야 한다. 그 자유가 비록 날개가 꺾일 정도로 고통스럽더라도 그렇게 사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현재의 삶 속에서 살아 보아야 한다. 그래야 행복해지는 법을 배운다. 



   제 부리를 쪼고 발톱을 뽑는
   솔개의 지혜를 따르려 한다

   별무리학교는 교육의 회복이라는 대의명분을 갖고 공립학교 교사 공동체가 세운 학교다. 현재의 공교육은 결국 입시라는 깔때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부모는 어떤가. 한쪽 눈을 감고 가르치는 교사들은 어떤가. 고등학교 졸업생을 배출할 날을 2년 앞둔 우리는 이전에 실감하지 못했던 그 중력의 힘을 여실히 경험하고 있다. 지난 해 별무리학교 교육 철학은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마침내 다시 머물 곳을 찾았고 갈 길과 방향을 정했다. 그리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다시 하늘을 향해 가쁜 숨을 내쉬며 날갯짓을 시작했다. 창공의 공기는 두 날개를 꽁꽁 얼게 할 정도로 차다. 

   이제 별무리는 새봄이 오면 다시 솔개의 지혜를 실천하려고 한다. 큰 바위산 위에 지금까지 쓰던 부리를 쪼아 버리고 발톱을 뽑아내는 고통을 감수하려고 한다. ‘학교는 왜 존재하는가?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학생들은 어떻게 잘 배울 수 있는가? 무엇이 학생들의 삶에 진정으로 도움을 주는 배움인가? 학생들은 어떤 방향과 가치를 품고 살아야 하는가? 배움의 주체는 누구인가? 교사는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가?’ 수없이 쏟아지는 질문들 앞에서 정직히 답하려 한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끝까지 완수하는 기쁨을 맛보려 한다. 

   별무리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 과정부터 학점제로 전환한다. 표준화된 시간표를 없애고 학생들이 자신의 시간표를 작성한다. 필수라고 정해진 가치교육과 핵심역량 강좌를 제외한 절반 이상의 시간은 학생들의 필요와 욕구에 따라 시간표를 작성한다. 교사에게는 가르치는 일이 부업이 된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를 ‘어드바이저(advisor)’라고 부른다. 교과전문성이라는 우리의 부리와 발톱을 쪼아버리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우리를 비우고, 그 공간을 아이들의 문제와 아이들에 대한 고민으로 채우려 한다. 학생들은 더 많은 시간의 자유를 갖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자유의 고통을 경험할 것이다. 그러면서 더 행복하게 배우고 더 많이 배울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기대한다. 

   교사들은 협력한다. 교과의 벽을 넘어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협력할 것이다. 한 아이를 중심에 두고 어드바이저들은 주간 4시간의 정기 미팅을 가진다.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각 아이들의 문제를 진단하고 도움을 주는 방법을 모색한다. 서로 가르치고 돕고 아이들과 더불어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 공유하고 공감하며,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을 것이다. 초‧중‧고 교사는 급을 넘나들며 필수역량과 가치교육의 교사가 되고 학생들의 학습주제별 멘토가 된다. 초‧중 교사들은 교과팀, 역량팀으로 활동한다. 함께 교육과정을 짜고 함께 진행한다. 교장, 교감도 다 수업하고 다른 교사들과 같이 어드바이저로서 아이들의 실제 고민과 씨름한다. 우리들은 아이들의 삶에 더 가까이, 더 깊이 들어갈 것이다.  


   얼룩말들이 함께 모인다
   죽음의 공포를 물리친다 
   바람을 따라 다시 함께 달린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학생이 다 나갈까봐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학교는 사라져도 교육은 남기 때문이다. 그 정신은 죽지 않고 산채로 천년을 갈 것이다. 그리고 그 ‘정신’들은 유유히 다음 세대를 교육하면서 재생산될 것이다. 교육철학은 교사들의 치열하면서 진지한 대화 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드디어 드러났다. 그리고 다시 집을 찾았고 정북(true north)의 방향을 향해 걷고 있다. 혹한의 겨울이 춥지 않다. 바람이 차고 거세지만 다시 혈관에 흐르는 뜨거운 피가 우리의 몸을 데운다. 서로를 보듬는 공동체의 온기가 다시 학교에 새봄을 알린다. 

   사자에게 쫓기던 얼룩말은 다시 초원을 달린다. 이젠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바람이 좋아서 달린다. 어느새 친구 얼룩말들이 하나 둘 씩 함께 달린다. 외롭지 않다. 가끔씩 옆을 힐끗 보는 눈망울에 눈물이 흐른다. 눈물은 바람을 따라 달리다가 초원 위에 떨어진다. 누군가의 생명이 된다. 얼룩말은 행복하다. 호흡하는 것, 키가 자라는 것,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도토리를 항문으로 넣어 입으로 다시 토하는 것’처럼 어렵다는 말을 가슴에 되새긴다. 이 시대에 교육다운 교육이, 가슴으로 하고 싶은 사랑이 역리(易理)일 수밖에 없는 사실이 슬프지만 어찌하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그러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어떤 이의 말은 진실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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