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_2013년 생풍샘의 좌충우돌 국어수업 일기

hanbae74 | 2013.03.15 14:15 | 조회 3926





 

2013년 3월 15일

 

6학년 시 쓰기 수업

 

얼굴에 근육이 생겼다. 웃느라. 아이들 시를 읽으니 저절로 웃음이 터진다.

 

아이들의 쓴 시에 백창우 님이 곡을 붙인 시를 노래와 함께 감상했다. 최고의 시를 고르고 그 이유를 발표했다. <큰 길로 가겠다>라는 시가 여섯 표를 얻어 최고의 시로 뽑혔다. 공부를 못해 아이들에게 부끄러워 좁은 길로 돌아가던 아이가 다시 용기를 내어 당당히 큰 길로 가겠다는 마음이 담긴 시이다. 좋은 시란? “진심이 잘 드러난 시, 장면이 잘 표현된 시, 정직한 시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런 눈으로 교과서 실린 <산수유 꽃><풀잎2>를 읽고 평가를 해 보라고 했다. 제법이다. “진심이 안 느껴진다. 너무 꾸며 쓴 것 같다등 전문가 수준으로 비평을 내어 놓는다. 흐뭇했다.

 

20분 간 산수유 꽃을 보러 바깥으로 나갔다. 아직 공기가 차지만 신선한 봄기운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아직 다 피지 않은 노오란 산수유 꽃망울을 보며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오가며 이야기하며 장난도 치고 사진도 찍었다.

 

교실로 돌아와 이제 삶이 묻어나는 시를 쓴다. 한참을 고민하던 아이들은 15분 만에 제법 마음이 담긴 좋은 시를 쏟아낸다. 기특한 아이들^^ 아이들의 시를 걷어 읽어보니 어쩜 이토록 잘 썼는지. 너무나 귀해서 함께 나눈다.

 

도마뱀

 

김은서

 

학교 오는 길에

아기 도마뱀을 보았다

몸이 흙투성이었다

아기 도마뱀이

엄마랑 떨어져 있는 걸 보니

 

나는 그래도

엄마랑 떨어져 있어도

주말마다 만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추워서 짜증 난다

 

박서로

 

차가운 푸른 하늘아래

전봇대끼리 이어진 전깃줄

그냥 짜증난다

그 얇은 전깃줄이 햇빛 가릴까봐

괜히 짜증난다

 

전깃줄 친구

전봇대도 짜증난다

추워죽겠는데 햇빛 가릴까봐 짜증난다

바람 불 때마다 추워 짜증난다

 

파란 하늘 치고 싶은데

높아서 짜증나고 바람은 뺨따구 때리고 싶은데

얼굴 없어서 짜증나고...

괜히 짜증나,

아니 그냥 짜증난다.

 

 

눈치

 

김진현

 

오늘도 또 눈치를 본다

혼자 하지 못하고 여럿이 뭉쳐서 행동한다

화장실, 방 모두 눈치 보며 친구와 같이 간다

어떨 땐 말도 못한다.

오늘도 눈치

내일도 눈치...

 

언제쯤 되어야 당당해 질 수 있을까?

 

 

저기...

 

고영은

 

저기...

우리 처음에 이러지 않았잖아

그런데 왜 그래...

 

저기...

너가 당연히 우리한테 짜증날 만 한데,

짱증 날 땐 공평하게 해줘

 

저기...

내 말은 그만 싸우고

사이좋게 지내자

 

 

별무리학교

 

서예현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별들이 모인 우리학교

 

리본, 끈 같은 장식이

더 이상 필요없는 우리학교

 

학생들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교장선생님부터 모든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우리 별무리학교

 

 

오는 길

 

김준수

 

내가 오는 길

뱀을 봤네

나랑 재호 깜놀랐네

 

그 뱀은

사실...

줄이었다.

~

 

 

하나님

 

정여호수아

 

하나님은 3등입니다

우리가 다칠 때 도와주는 사람은 1등이고

하나님은 2등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기도로 도와주세요 하면

바로 달려오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1등입니다.

 

이 세계에서 절대 불가능하지만

하나님은 가능하고 능력 있으신 분이라

하나님은 1등입니다

 

 

봄과 같은 내 마음

 

강현규

 

햇빛이 좀 더 강해졌다

드디어 봄이 왔다

겨울에는 볼과 몸과 마음이 차가웠지만

이제 볼과 몸과 마음이 따뜻해져간다

봄처럼

 

 

뱀 사건

 

박원진

 

뱀 사건이 일어났다

밧줄이 뱀이 됐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알고보니 장난이네

알고보니 장난이네

 

 

국어시간

 

곽현주

 

국어시간

시를 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햇볕은 쨍쨍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다

 

산수유 꽃을 보았다

너무 예뻤다

 

엄마

 

서헵시바

 

나는 엄마가 없을 때

엄마 잔소리와 간섭이 없어 편할 줄만 알았다

그런데

나 혼자 새로운 학교, 교실, 기숙사에서 생활해 보니

엄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너무 엄마가 속 터질 짓을 해서...'

 

 

 

박재호

 

봄이 왔다.

창밖에 새싹들이 자라고 있다.

다 자랄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할까?

빨리빨리 자라길

기다려진다.

 

 

나는 왜 시를 써야 되는가!

 

김예준

 

국어시간에 시쓰기를 배웠다.

감정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밖에 나갔다.

초봄이라 아직은 추웠다.

4학년

5학년 때에도 배운 시를 난 왜 써야 될까?

솔직히 시 배우는 것은 이제 지겹다.

 

 

 

뱀 장난

 

박한배

 

뱀 허물이 보인다고 하길래

가던 길을 멈추고 들여다보았다

~ 다행이다 헝겊 밧줄이다

 

지나가다 진짜 밧줄을 주워

뒤를 쫓아오던 재호와 준수에게 던졌다.

뱀이다!”

! 개깜놀랐어요!”

하하하

 

재미있었지만 조금 미안하다

 

 

** 아이들의 시를 과감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아이들의 시를 보니 욕심이 납니다. 더 많이 쓰게 하고 싶어집니다. 이 시들을 모으면 멋진 시집이 되겠구나...그대로 등단시켜볼랍니다. 쓸거리를 만드는 것이 문제네요. 교과서에 쓴 시보다 더 동시다운 동시를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마음결에 따라 술술 써 내는 글이야 말로 참 좋은 글 같습니다. 글짓기가 아니라 글쓰기를 함께 하고픈 마음이 두근 두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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