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무리 스타일 _ 제자들이 새벽에 일어나 눈을 쓸다
별무리 스타일
눈이 내렸다. 밤새 소리 없이 바람에 실려 눈이 소복이 쌓였다. 주방에 난 창으로 아이들이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불빛이 보인다. 5명의 아이들과 5일 째 새벽기도를 함께 드린다. 새벽을 깨우는 일이 중학생 1학년의 아이들에게는 생경하고도 녹록치 않은 일이리라. ‘기특한 놈들’.
신기한 일이다. 발이 푹 빠질 정도로 눈이 왔는데 우리 집 마당 입구부터 학교 쪽으로 눈이 치워져 있었다. 이 새벽 누가 눈을 치웠겠는가. 나는 바람이 일으킨 자연 현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몇 미터를 더 걸었더니 사람의 족적이 보인다. ‘누굴까?’ 학교 현관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손길이 확연이 느껴졌다. 계단까지 누군가 비질을 깨끗이 해 놓았다. 나는 장로님 아니면 목사님이 이렇게 하셨으리라 생각했다.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늘 내가 바람으로 알았던 그 누군가가 그럴 법한 덕을 갖춘 어르신들이 아니라 우리 학교 8학년 남자 아이들이었다는 것이다. 목사님의 목격담을 듣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8학년 아이들이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눈을 쓸었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바람이 눈을 쓸어버려 길을 만드는 현상보다 더 기이한 현상이었다.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새벽 4시에 일어나 눈을 쓸었다. 무엇이 그들의 몸을 일으켰고 무엇이 반항심으로 가득해야 할 중학교 2학년 소년들로 하여금 살을 에듯 한 칼바람을 맞으며 그 어둠 속에서 눈을 쓸게 했을까?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아무도 깨우지 않아도, 아무도 강요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위해 새벽잠을 줄일 수 있는 삶, 그리고 친구들과 그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삶, 그것이 별무리 스타일이다. 교사들보다 더 훌륭한 제자들이 교사의 가슴을 울리는 삶, 그것이 별무리 스타일이다. 나는 오늘 제자들이 쓸어 준 길을 밟으며 새벽기도를 드린 행복한 교사이다. 하하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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