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러 왔을 뿐인데 오히려 내가 받고 갑니다. [8학년 2반 이야기]

패치승훈 | 2013.12.03 17:07 | 조회 4765

[난 주러 왔을 뿐인데... 오히려 내가 받고 갑니다...]

 

 

난 주러 왔을 뿐인데 

 

이제 겨울방학이다아이들과 함께 보낸 1년이 마무리가 되는 시점이다작년 3월에 처음 교직생활을 시작해서 6명의 양육담임을 맡았었다.  드디어 올해는 22명의 아이들 학급담임을 맡게 되어 교직생활의 첫 담임을 경험하게 되었다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교육 철학들을 마음껏 아이들에게 펼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다우리 반 아이들은 사춘기의 절정이라서 보통 다루기 힘들다던 중학교 2학년이다하지만 감사하게도 우리 반 아이들은 맑고 순수하고 착하다자신의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다감사함을 잘 표현하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진심으로 반성을 하고 변화를 보인다이런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매일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부대끼며 보람이 있는 1년을 보냈다. 1년 동안 학급을 운영하면서 내가 시도했던 일들과 학급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 아침 QT시간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행복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아이들에게 기도제목을 적게 해서 걷는다. “지금 기도제목은 선생님만 볼 거야. 선생님과 너 둘만의 비밀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 힘든 내용까지 적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대부분 많은 속마음을 적어서 내놓는다. 기도제목이 결국 아이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고민이다. 기도제목을 읽고 난 후 상담이 필요한 아이들은 따로 불러서 상담을 한다. 그리고 아침 OT시간에 자주 아이들 각자의 기도제목을 마음속으로 읽는다.

 

-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지쳐서 힘들어 할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위로를 해주려고 애쓴다. 특히 영상편지 이벤트를 자주 이용한다.

 

- 아침 QT시간에 좋은 찬양이나 마음의 위로를 느낄 수 있는 음악을 많이 틀어준다.

 

-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영상을 일부러 찾아서 자주 보여주고 내가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준다.

 

- 조금이라도 더 웃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유머를 해주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려고 아이들에게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다.

 

- 주중에 마음이 힘들었던 아이에게 주말에 개인적으로 카톡, 문자를 통해 위로를 해준다.

 

-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대해 느끼는 어려움들을 최대한 귀 기울여 듣고 내용을 정리해서 교사회의 때 건의하려고 애쓴다. 불만이 있으면 선생님 앞에서 언제든지 실컷 하소연하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대변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 감정 표현을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한다. 내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아이들 앞에서 겸손히 인정하고 사과를 한다. 고마운 일이 있으면 부끄러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 많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자주 찍고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재미있는 사진을 많이 찍으려고 하는 편이다. 사진 찍는 순간에는 싫은 내색을 보이지만 막상 찍고 보여 줄 때면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 아이들이 중2라서 사춘기를 겪는 과정이다. 사춘기와 청소년 상담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상담해주려고 노력한다. “선생님은 상담해주는 게 주된 일이고 너희들을 도와주려고 선생님이 되었기 때문에 힘들면 언제든지 오길 바란다.”라고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실제로 상담을 해달라고 먼저 오는 학생들이 꽤 있고 상담을 하는 동안 우는 아이들이 몇 몇 있다.

 

 

오히려 내가 받고 갑니다

 

11월 말 어느 평일 아침이었다.

평소처럼 아침 조례시간에 교실에 들어갔더니 책상이 다 뒤에 빠져있고 교실에 아이들이 없었다.

나의 생일을 위한 아이들의 이벤트가 시작된 것이다.

갑자기 남학생 두 명이 기타를 들고 교실로 들어 와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여러 축하 메시지를 적은 흰색 도화지를 들고 준비한 멘트를 하며 아이들 한 명씩이 교실에 등장을 해서 둥근 모양으로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한 학생이 생일 케익을 들고 오자 생일축하 합창을 해주었다.

그리고 22명의 편지, 학급사진과 나의 사진, 재미있는 글들을 이용해 꾸며서 만든 생일 축하 책자를 선물로 받았다. 환상적인 아이들의 축하 이벤트였다. 다른 선생님 말로는 며칠 전부터 준비한 이벤트라고 했다.

모두 좋았지만 그 중에 아이들이 직접 쓴 편지가 큰 감동으로 다가 왔다편지를 읽는데 가슴이 뭉클해졌다.  1년 동안 학급을 향한 나의 마음가짐과 아이들을 향한 나의 진심을 아이들이 잘 알고 느끼고 있었다는 게 느껴져서 감사했다내가 주는 사랑을 100% 느끼고 받아먹고 있었던 것이었다감동을 받았던 아이들의 편지 내용 일부분이다

 

- 학교에서 선생님과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처음 충격을 받았어요. 그리고 선생님에게 저의 가족 이야기나 여러 가지 속마음을 털어 놓으며 첫 상담을 했을 때를 절대 잊을 수가 없어요.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 덕분에 제가 지금처럼 마음대로 웃고 즐기며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만난 선생님들 중에 최고의 선생님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요.

 

- 학교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너무 알려주신 것도 많고 수학도 덕분에 잘할 수 있게 되었고 감사한 게 너무 많아요. 저는 그냥 항상 표현을 못하는데 선생님은 정말 멋지게 사시는 것 같고 선생님의 풍부한 감수성도 좋아요. 선생님이랑 주말에 카톡한 내용을 보면 한 말 한 말 배운 게 많고 선생님과 함께 하는 제자여서 정말 행운입니다. 선생님이 매순간 해주신 말을 되새기며 감명 깊게 살고 있습니다.

 

- 학교에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견디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의 기도제목을 가지고 매일 기도해주시고 아침마다 우리 얼굴 한 명 한 명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기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감사했고 감동을 받았어요. 선생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세요.

 

- 늘 학생들의 입장에서 저희 편을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런 선생님이 우리 담임선생님이라서 저는 너무 든든해요. 학생들과 많이 놀아 주시고 항상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섬겨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의 그런 행복한 삶을 존경해요. 저도 나중에 선생님처럼 멋지고 행복하게 살 거예요. 선생님은 저의 롤모델이에요.

 

 아이들 덕분에 내 생애 최고의 생일을 보낼 수가 있었다.

그 많은 아이들 중에 우리 아이들이 우리 반이기 때문에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교사인 것 같다.

유은성의 찬양 곡 난 이렇게 많이 받았는데의 가사 첫 소절이 떠오른다. ‘난 주러 왔을 뿐인데 오히려 내가 받고 갑니다....’

 

 

[아이들의 생일 축하 이벤트 영상] 링크입니다.^^

http://youtu.be/x8T54rVeS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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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점수보다 더 중요한 것

 

공부를 통해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여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값진 경험이다.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중간고사 전에 학급 아이들에게 자신의 수학 목표 점수를 적어서 제출하게 한 후 평균을 구했다목표 점수를 달성하게 되면 멋진 이벤트가 있을 거라고 동기부여를 하였다결과는 놀라웠다. 지금까지 받은 학급 평균 중에 최고 점수였다성공한 아이들을 위해 축하 이벤트로 편지와 과자 한 통씩 선물했다.

아이들아열심히 해줘서 고마워잘하고 있어선생님은 너희들을 믿는다응원한다자기 점수가 전체 평균보다 높거나 낮은 것, 개인 목표 점수보다 오르거나 내려간 것은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반 전체가 힘을 모아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으면 좋겠다진심으로 축하한다.”

아이들이 큰 박수를 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니까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기말고사 때도 도전하기로 약속했다이번에도 성공하리라 믿는다우리 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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