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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정의를 논하다! (고등 회복적 생활교육 이야기-장승훈)

관리자 | 2016.02.02 12:15 | 조회 5703


학생들과 정의를 논하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다. 학생들이 생활규정을 정하고 자발적으로 서로 독려하며 규정을 잘 지키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능동적인 자세로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계속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싶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모습의 공동체와 생활 규정을 기대하지 않았다. 결과보다는 학교를 다니면서 계속 공동체에 대해서 고민하고 노력하는 그 과정을 가르치고 싶었다.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과 행동하는 모습을 이끌어 내고 싶었다.

 

 

좋은 갈등? 나쁜 갈등?

 시간이 지나면서 우려했던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규정을 잘 지키면서 좋은 공동체로 만들고 싶은 학생들(A유형)과 규정을 쉽게 생각하고 선생님의 눈을 피해 자유롭게 행동하는 학생들(B유형)과의 갈등이 생겼다.

 

A유형의 학생들은 B유형의 학생들을 보면서 실망을 하고 때로는 분노를 하며 마음이 지쳐갔다. 어떤 학생들은 우리 공동체에 대해 기대를 낮추고 포기를 해버린 상태도 있었다. B유형의 학생들과 지내면 자신의 마음이 힘들어 지니까 일부러 거리를 두기도 했다.

B유형의 학생들은 A유형의 학생들을 보면서 그들의 높은 도덕적 기준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고 A유형의 학생들을 경계하며 거리를 두었다. A유형의 학생들이 자기들을 한심하게 여기는 눈빛으로 보는 것 같다는 마음도 생겼다.

 

 

함께 정의를 논하다!

 이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면 좋은 취지로 시작한 회복적 생활교육 때문에 오히려 친구들 간의 우정이 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공동체에서 정의를 말한다면...’라는 주제로 학생들에게 교육을 했다. 교육 내용을 요약을 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정의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늘 말하고자 하는 정의의 의미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이다. 여기서 도리의 의미는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 길이다.

 

너희들이 졸업 후에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정의를 외치고,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 답답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서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정의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말은 그래! 너 잘 났어!’이 될 수도 있다. 바른 말을 했을 뿐인데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더 힘든 상황뿐이다. 그래서 상처를 받고 정의를 외치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세상과 타협을 하려고 한다.

앞으로 너희들이 살아갈 세상이 쉬운 곳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 공동체만큼은 정의를 외치고,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문화가 형성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졸업 후에 본격적으로 세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정의를 외쳐야 하는데, 이미 졸업하기도 전에 정의를 외치면서 우리 공동체에 안에서 상처를 받고 졸업 후에는 침묵하게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된다면 선생님도 너희들도 아주 슬플 것 같다. 선생님도 불의를 보면서 정의를 외쳤는데 오히려 내가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 와서 상처받고 침묵을 지킨 적이 있다. 우리들만큼은 정의를 외쳤을 때 멋진 사람이 되는 경험을 졸업하기 전까지는 했으면 좋겠다.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정의를 외쳐서 위기가 찾아올 때 별무리학교 공동체에서 정의를 외쳤을 때 좋았던 점을 기억하며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회복적 생활교육 때문에 너희들의 우정이 깨진다면 멈추고 싶다. 선생님은 너희들이 친하게 잘 지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연대를 만들어라.

정의를 외치면 힘들어 지는 이유 중에 하나는 정의를 외치는 사람이 소수이기 때문이다. 우리 공동체에서 규정을 말하고, 정의를 말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면 힘들어지는 상황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은 앞으로 이 연대를 만들도록 도울 것이다.

 

졸업 후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무조건 불의를 보고 나서서 운동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정의를 말하는 사람을 응원하고 힘을 실어 주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졸업 후에는 너희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로 흩어질 것이다. 정의를 말해서 힘든 상황이 올 때 전국에 흩어져 있는 나의 친구들도 나처럼 같은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나의 곁에는 없지만 마음으로 큰 힘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연대의 힘이다. 친구들이 동역자가 될 것이다.

 

 


다름이 틀림이 아니다!

 선생님 몰래 규정을 어기는 행동을 보면 두 가지 반응의 학생들이 생길 것이다.

그럴 수 있지 뭐. 다음부터 잘하면 되지 뭐. 이해해주자.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라고 말하는 학생들(1번유형)... 어쩜 그럴 수가 있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학생들(2번유형)말이다.

선생님은 1번유형과 2번유형의 중간을 유지하고 있다. 어느 한 쪽의 편도 아니다.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번유형의 학생들은 나의 자유분방한 행동과 생각 때문에 2번 유형의 학생들이 많이 힘들고 지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노력해야 한다. 2번의 유형들의 마음과 기준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 2번 유형들을 위해 규정을 지키려고 의식하며 노력해야 한다.

2번유형의 학생들은 조금은 도덕적 기준을 내려놓을 필요는 있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와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어느 정도는 낮출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연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랑 없는 정의는 무섭다. 옳고 그름을 따지되, 사람을 미워하고 싫어하면 안 된다. 그리고 정의와 규정을 말할 때 상대방이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지혜롭게 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양쪽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다름이 틀림이 아니다. 사람에 대해서 공부해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선생님들과 함께 정의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 선생님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학생들에게 교육한 이후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학생들과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학생들과 정의를 논할 수 있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큰 보람이자 기쁨이었다. 앞으로 어떤 주제를 가지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게 될 지가 기대가 되었다.

 

학생들에게 일어났던 일과 교육한 내용을 학부모님들에게도 공유하였다. 학부모님들의 반응이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우리 어른들도 배우고 느끼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정의를 향한 별무리의 몸부림이 느껴집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갈등을 경험하게 되어 너무 감사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그대로 존중하고 포용하되, 최대한 권리보다는 서로에게 책임을 다하는 성숙한 시민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랑의 힘으로...^^”

우리 아이들이 정말 공동체, 사회를 배우고 있군요... 분별력과 사랑이 가득한 선생님들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발생할 갈등들인데 아이들이 성숙한 고민과 연습으로 더 준비되리라 믿습니다.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겠습니다.”

 




[별무리학교 장승훈]

현재 금산 별무리학교 교사로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학생생활부장을 맡아 회복적 생활교육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 2012년 대학교 졸업을 한 후에 바로 별무리학교 개교에 동참하게 되었다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 “‘단 한 명의 인생이라도 변한다면 애쓸 가치가 있다.’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이들을 품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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