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대안학교 별무리학교 이야기_별무리학교의 방학과 개학 사이_ 박한배

관리자 | 2014.10.15 11:12 | 조회 6190

                    
     

     
개학과 동시에 별무리학교 학생들은 생활관에 짐을 풀고 강당에 모인다. 방학과 동시에 모든 짐을 옮겨 집으로 가져간 학생들은 다시 모든 짐을 싸서 학교로 온다. 그렇게 학생들은 학교생활 몇 년이면 짐 싸기의 달인이 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좁은 공간을 어떻게 소중히 사용해야 할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배운다. 보기만 해도 예쁘고 반가운 학생들이 이제 개학을 위해 이곳 별무리 산골로 모여든다. 별무리학교의 방학과 개학 사이는 그렇게 시작된다. 
     
존재론적 본질을 찾는 영성 캠프 
     
      개학 첫 시작은 2박 3일의 영성캠프다. 자신을 돌아보고 존재의 근원을 찾아가는 짧고 깊은 여행을 시작한다. 나를 보고 너를 보고 우리를 본다. 우리의 시작과 끝을 묵상하며 일상의 변화를 꿈꾼다. 모둠별로 말씀을 연구하고 잔잔히 서로를 위해 기도한다. 인격적 변화는 ‘의미 있는 타자와의 인격적 만남’에서 시작됨을 생각하며 교사와 학생 모두 공부에 앞서 진정한 만남과 새로운 관계를 위해 기도한다. 
     
      선생님과의 친밀한 모둠 활동, 자유 선택 활동으로 마음껏 기지개를 피고, 때로는 절대자와 만난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 농사를 짓는 어느 대학생 선배의 살아가는 이야기, 스마트폰 중독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 다양한 강의를 듣고 아이들은 삶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경험한다. 늦은 저녁까지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뜨거운 시간을 갖는다. 2박 3일의 짧은 시간에 마음으로 그 도전을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그 몫은 학생들 개인의 몫이며 교사의 몫이다. 교사와 학생은 배움 이전에 자신을 돌아보며 존재로서의 서로를 바라본다. 존재로서의 귀함에 서로를 마음껏 격려해주고 축하해주는 시간을 통해 신의 숨결을 잠시 느껴본다. 

△ 영성캠프                  △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강의를 듣는 장면

 
     
지적 자립을 위한 독서 캠프 
     
그리고 4박 5일의 독서 캠프가 이어진다.  4박 5일의 독서캠프. 하루에 6시간 이상 책만 읽고 2시간 독서토론, 2시간 특강 및 질의 응답 그리고 잠자기 전 30분 독서로 이어지는 것이 독서캠프의 하루 일정이다. 5학년부터 8학년까지 학생들이 책 냄새가 옷에 밸 정도로 책에 푹 빠져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한 캠프지만 아이들이 지옥의 맛을 볼지, 천국의 맛을 볼지 아직 미지수다. 학생들은 네 권의 필독서와 버틸 각오만 있으면 모든 준비가 끝이다.  
     
올해 독서 캠프의 주제는 “독서, 가장 낮은데서 피는 그 꽃”이다. 겸손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지적 열정과 가난한 이들을 향한 나눔의 마음을 담았다. 독서 캠프 기간에 함께 읽어야 할 4권의 필독서는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홍세화 외의 『거꾸로 생각해 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 걸』, 김기현의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 이지성·김종원의 『가장 낮은데서 피는 꽃』이다. 공동체가 함께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고 저자를 초청하여 사람도 읽는다. 학생들은 하루에 필독서의 지정된 챕터를 읽고 나면 자유도서를 읽어도 무방하다. 단, 토론에 참가하려면 지정된 내용은 반드시 읽고 토론 학습지를 작성해야 한다. 이번 캠프는 캠프 기간 중 학생들이 읽은 페이지를 모두 합쳐서 페이지 당 10원의 기부금을 필리핀 쓰레기 마을 톤도의 교육센터에 기부하기로 하여 독서를 통한 나눔 실천도 병행한다. 
     
     산골 마을에 스마트 폰도 TV도 없는 곳에서 하루에 6시간 이상의 독서 시간, 그리고 토론 시간은 학생들에게 당혹스러움 자체였지만 3일째에 이르러 효과가 나타난다. 심심해서 책을 읽고 할 일이 없어서 책을 읽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책 읽기의 재미에 빠져드는 아이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목격된다. 도서관에는 학생들로 붐비고 평소 분주함 속에서 펼쳐보지 못했던 책들을 층층이 쌓아 놓고 읽는다. 그래서 4박 5일의 캠프 기간 동안 100여명의 학생들이 읽은 페이지가 무려 136,473페이지다. 5학년인 우리 반 정식(가명)이가 소감을 발표했다. “이번 독서 캠프는 지옥 같았다. 한편 내가 이렇게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한편 놀랐다.” 하지만 소감을 발표하는 정식이의 얼굴에서 천국이 보인다. 웃음이 절로 난다. 
△ 독서캠프

 
배움과 나눔의 축제 방학과제물 발표회 
     
     아직 개학이 아니다. 2박 3일의 영성캠프, 4박 5일의 독서캠프에 이어 방학 중 각자 해 온 방학 과제물 발표회가 있다. 별무리학교 모든 학생들은 4가지의 필수과제와 2가지의 선택 과제를 한다. “공동체, 제자도, 샬롬, 소명”이라는 4가지 영역과 교과 영역 2가지에 관한 활동 보고서와 서평 등을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오전 내내 학급에서 발표를 하고, 그 중 분야별 우수작은 전교생 앞에서 발표를 한다. 이날은 모두가 주인공이다. 가슴이 두근  두근, 얼굴이 발그레하게 변하지만, 저마다의 방학 생활이 한 눈에 보인다. 
     
학생들의 과제 수행 비율은 90%를 육박한다. 안 하면 자유시간이 박탈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기대 이상으로 충실하게 과제를 한다. 모두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부담감도 한 몫 작용한 모양이다. 수요일 오전 학급별로 방학 과제 발표 열기가 뜨겁다. 교실마다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온다. 친구들의 발표 내용에 감동하고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이 축제 같다. 교사도 제자들이 대견하다. 그래도 숙제는 없었으면 하는 것이 교사나 학생 모두의 바람. 방학 숙제가 없어지는 진정한 방학이 되는 날을 위해 별무리 공동체여 화이팅!
     

△학교앞산 전경
 
별무리는 아직 방학과 개학 사이를 걷는다. 방학이 무엇이며 개학은 무엇인가. 별무리는 여전히 놀이와 배움 사이, 쉼과 일 사이, 멈춤과 전진 사이에 있다. 별무리의 방학은 끝났으나 개학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개학은 했으나 여전히 방학이 끝나지 않았다.  별무리 학교 앞산 허리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산의 소리를 듣고 구름의 소리를 들어본다. 박노해 시인이 찾았고 걸었던  『다른 길』에 대한 기억이 물안개처럼 자꾸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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