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기도편지-토끼와 거북이

관리자 | 2013.11.21 09:18 | 조회 5356

11월 기도편지

토기와 거북이

 

박현수

 

 옛날 교과서에는 ‘토끼와 거북이’라는 동화가 실려 있었다. 이야기 속에서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한다. 한참을 달리던 토끼가 뒤 돌아보니 거북이는 엉금엉금 기어오느라 저만큼 뒤쳐져 오는 거북이를 본다. 토끼는 워낙 뒤쳐져 오는 거북이를 보고 자만심이 생겨 잠을 청하게 된다. 이 사이에 거북이는 쉬지 않고 달린 끝에 결승선에 다다르게 된다. 잠이 깬 토끼가 이것을 보고 뒤 늦게 달려가 보지만 이미 거북이가 결승선에 도착한 후였다. 경기는 거북이의 승리로 끝난다. 이 이야기의 설정이 너무 경쟁심을 부추기고, 공동체성을 헤치며, 서로 다른 특성을 인정하지 않는 등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는 이유 때문에 지금은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현실속에서는 여전히 이와 같은 일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하나님께서 학생들에게 주신 은사와 부르심은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지금의 사회는 성공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잣대를 가지고 학생들의 삶을 천편일률적으로 재단한다. 학창 시절의 성공은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라 말한다. 학교를 졸업해서는 좋은 직장을 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은 돈을 잘 버는 것이 성공하는 삶이라는 가치관으로 연결된다. 결국 돈을 잘 벌기 위해 공부해야 하고, 대학을 들어가야 하고, 직장을 잡아야 하고,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별무리 학교에서는 국토순례를 다녀왔다. 우리 학생들 중에는 어릴적에 심장 수술을 받아서 걷는 것이 무척 힘든 친구가 있었다. 이 학생에게는 다른 학생들의 걷는 속도에 맞추어 함께 걷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이 학생과 함께 대열의 맨 뒤에서 학생이 걸을 수 있는 속도에 맞추어 함께 걸었다. 물론 우린 다른 친구들의 행진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했다. 다른 친구들은 50분 행진 10분 휴식하며 걸었지만 우리는 천천히 걸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10분 휴식하고 출발할 때쯤이면 도착하였다. 우린 그곳에서 1-2분 쉬고 뒤 따라 갔다. 무리하며 걷지 않았기 때문에 짧은 휴식으로도 충분했다. 중학생이 될 때까지 2km를 걸어 본적이 없다던 이 친구가 그날 하루 동안 걸어간 거리는 족히 16km가 넘었을 것이다.

 

 누군가 그 학생과 보조를 맞추며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20km 아니라 30km도 걸을 수 있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다른 친구들이 최종 도착하는 시간에 우리도 같이 도착했다는 것이다. 친구가 완주하는 것을 보고 별무리학교 모든 학생들이 박수를 치며 함께 기뻐하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친구를 경쟁 상대가 아니라 함께 걸어가야 할 동역자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별무리학생들의 영적 수준이란 생각을 해 보았다.

 

 이를 통해 생각하게 된 또 하나는 이 친구는 걸어가는 것은 힘들어 하지만 하모니카 부는 솜씨는 별무리 최고중의 한 명이라는 것이다. 과학에 대한 상식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걷는 것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늦을 수 있지만 하모니카 부는 것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국토순례라는 한 가지만 생각하면 이 친구는 기다려주며 함께 걸어갈 친구가 필요한 학생이지만, 음악적 재능에 대해서는 다른 친구들을 리드해 갈 수 있는 재능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어른들은 어떠한가? 학생들의 다양성과 은사들을 존중하고, 지지해 주기 보다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한 가지 가치에 모든 사람들을 꿰어 맞추려 하지는 않는가? 혹시 우리 그리스도인 가정마저도 우리의 자녀들을 공부라는 잣대로만 평가하려 한다면 하나님께서 자녀에게 주신 은사와 부르심을 경홀히 여기는 태도가 아닐까?

 

 우리 별무리 아이들은 각자의 부르심을 따라 책임 있게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삶을 살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모습을 기대하며 응원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삶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의미 있는 삶이다.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걸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별무리는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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