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바사-별무리학교 "문제아 탄생" 이야기(박한배선생님)

관리자 | 2014.05.12 14:53 | 조회 6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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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무리에 드디어 문제아가 모였다. 이름하여 ‘문집제작동아리’. 3년 만의 결실이다. 개교 1년 차에는 글쓰기 동아리, 2년차에는 창작동아리로 동아리가 이어지다가 드디어 올해 순도 100% 학생 주도형 ‘문제아’가 탄생한 것이다.  
     
문제아 탄생의 짧은 역사는 이렇다. 지난 해 2월 2주간의 프로젝트 학습 주간에 난 “문집제작 프로젝트”를 개설했다. 6명이 모였다. 그 중에 2명은 1지망, 나머지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려 온 이들이었다. 도살장에 끌려온 소처럼 서로를 동정하며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난 이렇게 말했다. “배가 산으로 가도 된다. 너희가 직접 결정하고 실천해 보거라!” 아이들은 그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난 자리를 비웠다. 
     
그 후 아이들은 나의 불안함에 보란 듯이 일격을 가하며, 스스로 시간표도 짜고 쓰고 싶은 주제를 정했고, 문집 제작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성공의 의미는 멋지고 화려한 문집의 탄생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여기에서 대성공이란 문집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만족도가 모두 대단히 높았다는 것이다. 문집 프로젝트에 억지로 왔던 성민이가 이제는 문집 제작 동아리를 창설하는데 앞장선 성민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문제아’이다. 

▶  문제아 회의장면                ▶  문제아  글쓰는 장면
 
오늘은 동아리 두 번째 모임 시간이다.  아이들이 주제를 잡고 역할 분담을 한다. 추진 일정을 잡기 위해 회의를 진행한다. ‘이 회의가 제대로 진행될까?’ 오늘도 난 내가 개입하고 싶은 마음, 나무라고 싶은 마음이 충만해진다. 아이들과 함께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가 잠시 뒤로 후퇴. 나는 다른 테이블로 자리를 옮긴다. 오늘의 회의 주제는 “활동계획 및 일정 정하기”.  동아리 회장으로 선출된 서하의 진행으로 회의는 제법(?) 매끄럽게 진행된다. 중 2 아이들의 충동적인 발언과 의견 충돌 속에서 위태위태하지만 하나하나 가닥이 잡힌다.
     
문집 이름은 “Style In 별무리”, 발간 주기는 연 4회로 정한다. 문집의 구성을 정하고, 코너마다 이름과 내용을 정하느라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투표를 한다. 2시간의 난상 토론 끝에 정해진 대략적인 구성은 이렇다. 음식을 소개하는 ‘푸드 다이어리’, 학생들의 소소한 사연을 소개하는 ‘별무리 이야기’, 별무리학교 생활을 담는 ‘포토 존’, 책을 소개하거나 서평을 담는 ‘BOOK LIFE’, 모범 학생으로 선정된 사람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담는 ‘이 달의 별무리인’, 주목할 사건과 사고를 소개하는 ‘핫이슈’, 학생들의 자작시를 소개하는 ‘도레미파솔라詩’, 학생들의 창작 소설을 연재하는 ‘소설’ 코너. 
     
동아리 세 번째 시간. 아이들은 각자 맡은 섹션을 맡아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어떤 이는 기사를 쓰고, 어떤 이는 인터뷰 질문지를 만들고, 어떤 이는 사진 공모 공고 문구를 만들고 있다. 지원이는 자작 소설을 다듬고 혜민이는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난 이렇게 평화롭게 글을 쓰고 있다. 문집 제작 동아리는 이렇게 첫 호를 위해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난 오늘도 중요한 갈림길에 선다. 불신과 신뢰의 갈림길, 비난과 격려의 갈림길에서 난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선택한다. 신뢰와 격려의 길을 가겠노라고. 그리고 아이들에게 신뢰와 격려의 눈빛을 보낸다. 아이들은 잠시 나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나도 그 아이들의 눈동자를 응시한다. 여전히 불안한 마음, 그렇지만 그 마음을 돌이키려는 나를 이해하고 신뢰해 주는 이들은 오히려 아이들이다. 
     
나는 지금 북한군도 무서워한다는 중 2, 10대 제자들을 신뢰하고 존중할 때 그 아이들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 맛을 보고 있다. 단 맛도 있고 쓴 맛도 있겠지만, 난 아이들이 주는 그 맛들이 모두 기다려진다. 나는 그들이 ‘실패할 기회’를 결코 빼앗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계속 말할 것이다. “배가 산으로 가도 된다. 너희가 직접 결정하고 실천해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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